티스토리 뷰

bullshitasusual/bullshit

20180523

OG recyde 2018.05.23 01:53

장사라는 것을 하기 전까진, 비오는 날을 좋아했다.

사실 지금도 비는 좋지만, 비오는 날은 장사가 너무 안돼서 슬프다. 그러므로 오늘도 장사가 안됐다.

그래서 일찍 마감을 하고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집에 도착했다.


약국에서 감기약을 처방 받았을 때 약사가 나에게 단단히 일러두었던 것 하나는 반드시 식후에 약을 먹으란 말이었다.

공복에 먹으면 안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며 자기 전 약을 먹으려던 것을 그만두고 맥주를 꺼냈다.

냉장고를 샅샅이 뒤져보아도 마땅한 것이 없어 주방 구석에 있던 김봉지를 뜯었다.


'비오는 날은 역시 막걸리지.' 라고 말하던 친구는 사실 비가 안오는 날에도 막걸리를 마셨고, 밤에도, 그리고 낮에도.

미안하지만 모터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는 나의 작은 냉장고 속에는 막걸리는 없고 맥주 세캔 고작 그 뿐이다.

그럼에도 나는 부자라고 생각한다.


'나는 부자야 마음이.' 라는 속없는 얘기를 했던 시절이 있었던 때를 떠올려본다.

그 때 그 얘기를 들어주었던 사람은 주위에 남지도 않은 이 시점을 되짚어보면, 나는 사실 마음 조차 가난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문뜩 든다.

그래도 괜찮아. 나는 부자야. 우울이나 고독따위는 항상 내 주위에 넘치고 흐르니까.


술 한잔 같이할 사람 없으면 어때, 오늘도 조미김 몇 장과 맥주 몇 캔으로 내 안의 고독이란 이름의 또 다른 나와 수줍은 건배를 하다 취한 채 잠이 들겠지.

십년 뒤, 이십 년 뒤에도 같은 날이 반복 되더라도 나는 위로 받을 사람에 속하진 않는다.


진정한 위로는 타인에게서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하는 것 이니까.

'bullshitasusual > bullshit'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80702  (0) 2018.07.02
20180529  (0) 2018.05.29
20180523  (0) 2018.05.23
20180522  (0) 2018.05.22
20180515  (0) 2018.05.15
20180409  (0) 2018.04.09
댓글
댓글쓰기 폼
공지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