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아야 멋있는 옷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가죽 재킷 그리고 데님 팬츠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루이스 레더의 데님 재킷을 유니폼처럼 매일 입고 있다. 사실 이 재킷을 선물 받은 게 1년도 지난 일인데 그동안 손이 안 가 옷장에 걸어만 둔 채 있다가. 무슨 바람이 들어서인지 작년 12월 즈음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입고 있다. 사실 한국은 가죽 재킷이 유용하지 않은 나라이다. 4계절 특성상 봄, 가을 중에서도 극히 짧은 기간 동안 입을 기회가 주어지는데 일 수로 따지면 대략 12개월 중 기껏해야 두 달 남짓일 것이다.

 

어찌 되었든 나는 한번 꽂히면 질릴 때까지 입는 스타일이라... 한겨울에 아우터 안에 가죽 재킷을 입으면서 버티고 있다. 근데 이게 가죽 재킷을 라이너(?) 개념으로 활용하다 보니 보온성이 꽤 나쁘지 않다...?! 두 달 남짓 매일 열심히 입어줬지만, 흔히들 말하는 에이징이 좀처럼 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8~90년대의 빈티지 루이스 레더처럼 투박한 숙성을 거친 가죽 재킷이 되었으면 하지만, 그에 비해 지금 내 루이스 레더는 갓난아기의 궁둥짝처럼 너무 보드라워 가끔 스스로가 부끄러워질 때도 있다. 뭐 물론 인위적으로 가공을 통해 에이징을 하는 방법도 있겠다마는, 그런 인조의 것들을 피하는 성향이 강하다 보니... 덧붙여 세월의 때를 묻혀놔야만 그 제품에 애착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지난 20대 초반 즈음에는 A.P.C와 수프림의 협업 데님을 3년가량 주야장천 입었던 적도 있었다. 그때는 얼마나 열정이 넘쳤는지 잘 때마저도 데님을 입고 잤으니 말이다... 그 데님은 내 옷장에 아직도 곤히 모셔져 있다. 물론 지금 와서 20대 초반 때처럼 가죽 재킷을 입고 자는 괴이한 행동을 하진 않는다마는, 적어도 수년 혹은 수십 년이 지나고 내 나이가 50대가 넘어설 무렵에는 내가 바라던 8~90년대 즈음의 빈티지 루이스 레더처럼 투박한 멋이 가득한 재킷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중한 선물을 준 국내 루이스레더 총판 하이드앤드라이드의 대표 용인이 형에게 감사하며... 덧붙여 작년 스스로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커스텀 오더한 루이스레더도 하루빨리 받아보고 싶다... 기성 제품이 아닌 내가 원하는 핏과 기장감 그리고 가죽과 부자재, 디테일 또한 내가 원하는 대로 오더한 제품이라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