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팔자를 딱히 믿는 편은 아니지만,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필시 나는 물이 넘치는 사주일 것이다.

다름이 아니라, 예전 작업실도 수해 때문에 피해를 봤는데 얼마 전 새로 구한 작업실에도 물난리가 난 걸 보면 내가 물을 불러오는 건가 싶기도 하다. 이천이십삼년의 마지막 날 밤에 작업실이 물에 잠겼다는 연락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뭐 그래도 이미 한번 겪어본 일이라서 그런가? 이번에는 피해가 적었다. 구태여 얘기하자면, 적었다는 표현은 비단 이 현실이 별것 아니라는 의미가 아니라 지난번 겪었던 수해에 비해서 경중이 가볍다는 의미지 일련의 사고로 따지면 일어나지 않는 게 좋을 일인 하다. 어찌되었든... 당장은 수습이 된 것 같으니, 아니 그렇다고 믿고 싶습니다만. 이번의 불행은 이 정도로 끝내줬으면 싶다.

불행과 함께 시작한 이천이십사년, 올해는 또 어떤 다이내믹한 일들이 있을까. 나는 그저 조용히 그리고 근근이 먹고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