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개월 간 글을 쓰고 지우고를 반복한 뒤에 2021년의 마지막 날이 되어버렸다. 머릿속에 생각이 많아 쓰고 싶은 말들이 손끝에 머물다가 흩어지기를 몇 차례나 반복한 뒤 답답하고 무거운 마음만 가진 채 2021년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올해는 뭔가 많은 걸 한 것 같긴 한데 정작 뒤돌아보니 남은 게 없는 그런 한 해였던 것 같다. 이미 지나간 일에 후회나 미련은 없지만 다만 한가지 말로 설명하기 힘든 불쾌한 답답함은 어떻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다. 나 자신도 명쾌한 이유에 관해서 얘기할 수 없는 이 감정은 살면서 지겹게 느껴오던 그것과 같다. 두 시간만 지나면 2022년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홀로 작업실에서 지난 1년을 천천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었고 그 덕분에 버틸 수 있던 한 해였다. 어떻게 보면 나는 게으르고 나태했던 점도 분명히 있다. 되돌이킬 수 없는 시간에 고마운 사람들에게 미안한 감정만 남은 씁쓸한 기분이다. 내년엔 어떻게든 그 감사한 마음에 보답하고자,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