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황사 때문인가, 샛노란 필터를 쓴 듯 세상이 온통 불쾌한 노란색으로 묽든 저녁이다. 마치 근미래 황폐한 도시 배경을 한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다. 이번 주는 내내 비 소식으로 본격적인 장마 시즌이 돌입했음에 여름이 왔다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공개된 곳에 글을 쓰는 것이 오랜만이기도 하다. 그전에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너무 오랜만이다. 글을 쓰지 않으면, 시간의 흐름에 무뎌지게 된다. 2021년의 중간을 맞이한 이 시점에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흘렀다는 것에 무척이나 놀랐다. 이렇게 글로써 마침표를 찍는 행위들은 무의식중에 알고 있는 사실들을 다시금 상기시켜주는 역할을 종종 하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무의미한 글들을 쓴다는 것은 그 행위로서 유의미해진다.

  2. 인스타그램을 없앴다. 정확히 말하자면, 개인적인 소통을 하던 개인 인스타를 안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긴 하지만... 인스타그램을 처음 시작하고(언제쯤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인스타그램이 서비스를 시작하고 얼마지 나지 않아 바로 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서너 번의 탈퇴와 가입을 반복하고 이번 계정은 꽤나 오래 사용했었다. 인스타그램을 오랜 기간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 하지만 그 얻은 것들이 모두가 발전적이라고 말하기에는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다. 물론 인스타그램을 하면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는 부분들도 있긴 하겠다만, 나는 더 이상 그로 인해 놓치고 있는 것들을 마냥 방관할 수는 없게 되었다. 마치 새 옷을 사서 입었는데 작은 올 풀림이 눈에 띄어 남들은 아무도 모르지만 나만 계속 신경 쓰이는 그런 불편한 감정들 같이.

  3. 블로그 또한 성인이 되고부터 티스토리, 네이버, 블로그스팟, 블로거, 이글루스 등 십여 년 넘게 정착하지 못하고 방랑하다 결국 돌고 돌아온 곳이 이곳이다. 아마,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을 남기는 곳은 당분간은 이곳 일 것이다. 뭐 나라는 사람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있겠냐마는 몇 안 되는 사람들에게 작게나마 나라는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고할 의무로서 그리고 나 스스로 살아감에 있어서 원동력을 얻고자 한다. 그 간 여러 가지 일들을 겪었고, 새로운 것들을 몇 가지 준비 중이다. 새로운 시작은 늘 그렇듯 불안함과 설렘을 느끼게 한다. 예전에는 그런 감정들에 꽤나 휘둘리곤 했는데, 이제는 좀 무덤덤해진 것 같다. 사실 앞서 말한 이유들 보다 큰 것은 여러 번의 시작들을 통해서 겪은 경험들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하는 준비과정이 길어져서 일까, 좀 더 내 안에서 준비가 되어있는 시작이라 두려움이 적은 것 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