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소멸하는 모든 것들과 탄생하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그 모든 것들에 깊은 애정과 존경을 담아 이 글을 쓴다.

수십 년, 수백 년이 지나도 내가 적은 이 글은 남아 있을까? 내가 소멸한 뒤에도…

내가 사랑했던 것들과, 사랑하고 있는 것들 그리고 앞으로 사랑할 것들을 생각하노라면 눈물이 왈칵하고 쏟아질 것만 같다.

그 모든 것들 또한 소멸하고, 언젠간 나 또한 소멸할 테니.

소멸이란 진정으로 가치 있는 현상이라 생각해. 소멸은 필시 탄생이 있었기에 벌어질 수 있는 가장 경건한 일이니까.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일 또한, 경이롭게도 네가 이 세상에 탄생했기 때문에 그 순간부터 너를 사랑할 것이란 것은 필연적으로 정해진 일이었을 거야.

내가, 그리고 네가 이 세상에 소멸하고 지워지더라도 우리가 사랑한 일은 결코 지워질 수 없는 사실일 거야.

이 모든 순간 최선을 다해서 살고, 사랑하며 벅차도록 행복하길.

나의 사랑하는 모든 것에게.

 

사랑과 존경을 담아. 여기에서, 지금 이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