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살다 보니 벌써 11월이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겨울이 늦게 오는 듯, 아직 낮에는 반소매를 입고 다니는 사람도 왕왕 보인다. 늦겨울이 무섭다고, 올겨울은 얼마나 추울지 걱정이 앞선다. 한여름에 태어난 나로서는 추운 겨울은 질색이다.
언젠가 먼 훗날에, 기회가 된다면 따뜻한 나라에 가서 살고 싶다. 늘 마음 한편에 간직한 꿈이지만 캘리포니아 롱비치 근처에 작은 가게를 하며 가족과 함께 소소하게 살고 싶다는 헛된 소망을 한다.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겠지만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면, 때때로 눈을 감고 상상해 본다.
흰 모래사장 위 출렁이는 파도, 내리쬐는 햇볕, 큰 걱정 없이 바닷가에서 저마다 시간을 보내는 낯선 이들의 웃음소리, 갈매기가 깍-깍-대며 운다. 아이스박스에서 차가운 캔맥주를 꺼내 한모금 마신 뒤 귀에 이어폰을 꽂는다. 이내 흘러나오는 노래는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 이 노래가 끝나면 감은 눈을 뜨고 현실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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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긴 꿈을 꾼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