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는 밤이다.
괜히 휴대폰을 내려놓고 몇 줄이라도 적어보고 싶어졌다.

 

이틀 내리 술을 마셨지만 오늘은 마시지 않았다.
그래서인가? 더욱 생각이 또렷한듯도 하다.
막연히 피해왔던 질문들이 흐려지지 않고 그대로 남았다.
맨정신으로 나를 마주하는 일이 이렇게 오랜만이란 걸 새삼 느낀다.

 

요즘은 숨 돌릴 틈 없이 일정이 이어졌다.
지난 몇 달이 그랬고, 앞으로의 일정을 보면 올해는 더 바빠질 것 같다.
지금 내가 잘 해내고 있는지 확신은 없고, 그저 멈추지 않고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나는 원래 새로운 관계를 넓히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지내는 쪽이 마음이 편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피할 수 없는 만남이 계속됐고, 그 과정에서 달콤한 말과 공허한 태도도 함께 따라왔다.

겉으로는 나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자신의 이익을 먼저 계산하는 태도.
그 간극이 보이는 순간, 관계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느껴진다.

 

나는 그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괜한 상처를 남기지 않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태도가 항상 같은 방식으로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다.

배려가 자연스럽게 소비되고, 호의가 기회처럼 읽히는 순간을 몇 번 지나오고 나니 마음 한켠이 지쳐 있다.

 

휘둘리지 않으려면 단단해져야 한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자주 한다.
근데, 단단해진다는 게 무얼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감정을 줄이는 일인지, 기대를 내려놓는 일인지, 아니면 관계에서 한 발 물러서는 일인지.

 

나는 늘 좋은 마음으로 시작하면 관계도 그 방향으로 흘러갈 거라 믿어왔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 믿음 역시 내가 바라는 방식의 결과를 전제로 한 태도였는지도 모른다.
완전히 이타적인 사람은 없듯이, 나 역시 그렇다.

 

새벽 4시, 두 시간 뒤면 또 다시 일하러 택시를 잡아야한다.
오늘 밤은 잠시 멈춰 선 순간, 술이 없었기에 잠을 잘 수 없었지.

술이 생각나지만, 집에 술이 없는 건 다행인걸까?

내일은 술을 좀 마시고, 취하고, 생각을 좀 덜 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