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신없이 바쁜 한 주를 보냈다. 화요일에는 국내의 한 기성복 브랜드의 룩북 촬영을 하고, 그 이후로는 작업실 이삿짐을 정리하고 옮기고... 혼자서는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감사하게도 도움을 준 어시스턴트와 친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어찌 됐든 기존 작업실의 계약일이 오늘까지였으므로 모든 짐은 오늘부로 다 옮기고, 마무리를 지었다. 짐을 다 빼고 나니, 처음, 이 작업실에(처음은 작업실이 아니라 집으로써 들어왔다) 입주했던 때부터 지난 5년간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간다. 총 세 명의 동거인이 이곳을 거쳐서 갔고 많은 추억이 깃들어 있던 곳이다. 그때는 나도 회사에 다니고 있었고, 두 번의 피자집을 거쳐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을 가지면서 프리랜서로 활동함과 동시에 집보다는 작업실의 용도로 더 많이 활용되었던 곳이다. 아무튼 서울 그리고 그 중심지 이태원에서 스무 평 남짓한 공간을 40만 원이라는 가격에 5년 동안 월세 한번 안 올리시고 쓸 수 있게 해 주신 집주인 분에게 감사한다. 아마 두 번 다시 작업실은 엘리베이터가 있지 않은 이상 층고가 높은 곳은 가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2. 이사한 작업실은 2년 계약으로 들어갔다. 사실 2년 뒤까지 내가 이 일을 하고 있겠냐는 막연한 고민도 있고 지난 작업실처럼 오래 쓸까에 대한 생각을 했는데 생각보다 꽤 돈이 많이 들어가고 고생도... 많이 해서 별다른 문제 없는 이상 오래오래 있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근데, 그것보단 두 배 이상 올라간 월세 덕분에 과연 유지를 할 수 있겠냐는 걱정이 앞선다. 한 달 유지비만 해도 이제 웬만한 중소기업 신입사원 월급이 나간다. 프리랜서란 게 일을 한 만큼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나를 찾아주지 않는다는 두려움이 동반되는 직업인 것 같다. 뭐 이태원에 처음 거처를 잡았던 5년 전 서른 살의 나에 비해서 많은 성장을 하였지만, 미래는 항상 기대보단 두려움이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