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지도 꽤 오래되었다. 나는 옷을 좋아한다. 패션을 좋아한다기보다는 옷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다. 스타일링은 그다음이고 여기서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나는 패셔너블한 사람은 아니란 것이다. 패션은 사전적인 의미로 '특정한 시기에 유행하는 복식이나 두발의 일정한 형식.'(네이버 사전 발췌)이므로 유행에 민감한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나는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아니다. 그저 좋아하는 특정 스타일에 꽂혀 파고드는 오타쿠 같은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2.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삼지 않기 위해 디자인 전공으로 공부를 하고, 그 이후에는 요식업 쪽에서 일하며 창업도 해보았다. 물론 결과적으론 그만두었지만. 그 이후에 먹고살기 위해 제일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다는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을 타의 적으로(타의 적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어쩌다 보니 시작하게 되어서 이 단어를 선택하였다) 시작하게 되었고, 3년 넘게 어찌어찌 본업 삼아 하고 있다.

  3. 이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을 하면서 내내 고민하며, 괴리감을 느낀 부분은 앞서 말했듯이 나는 패셔너블한 사람이 아니란 것이다.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유행에 최전선(?)에 있어야 하는 이 직업이 나랑 맞는 것이냐는 근본적인 문제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애초에 나 자신을 위한 복식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이지 타인 혹은 특정 무언가를 위해 옷을 좋아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애초에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으로 삼는 지인들이 없기 때문에, 같은 의류 업계에 일하는 지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소위 잘나가는 스타일리스트들은 자신들의 확고한 스타일(취향)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란다. 그게 나쁘단 얘기가 아니라, 스타일리스트로써 성공하려면 본인의 확고한 스타일을 고수하기보다는 하루빨리 변화하는 패션마켓에 적응하고 그것을 본인의 아티스트나 클라이언트에게 적용하는 것이 최적의 스킬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이 직업에서 성공한 것이 나와 같이 한 장르에 오타쿠처럼 파고드는 성향이 아니라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4. 어찌 되었든, 넥스트 비전이 없는 이상 근근이 먹고 사는 이 직업을 손쉽게 그만둘 순 없지만... 내가 패션(유행)에 민감한 사람이 되는 것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의 성향이 바뀌진 않을 것 같고 나만의 길을 더 갈고 닦아서 유일무이한 사람이 되던가, 새로운 비전을 찾던가 둘 중 하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