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올해 여름은 유독 짧았던 것 같다. 입추가 지나고 거짓말처럼 가을비가 추적추적하며 지겹게 내리기 시작한다. 생각해보니 올여름은 장마다운 비 소식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2. 최근 근황은 이사한 뒤 미뤄둔 작업실 정리를 마무리하며, 지독한 감기에 걸렸다. 우한 폐렴일까 잠시 걱정했지만, 다행히 간절기에 찾아오는 몸살감기인 듯싶다. 일주일 가까이 약을 사다 먹고 있는데 차도가 있는 듯싶으나 쉽게 떨어지진 않는다. 덕분에 기껏 예약해둔 우한 폐렴 백신 예약이 무색해지게 반려당했다. 감기가 다 낫고 오라나 뭐라나,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봤을 때는 감기에 걸려도 백신을 맞을 수 있다고 해서 찾은 병원이 헛걸음이 되었다. 우한 폐렴 때문에 번거로운 일들이 한둘이 아니다.

  3.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갈 곳을 잃었던 작업실의 짐들을 각자의 자리를 찾아주고 나니 작업실이 그나마 그럴싸해졌다. 작업실을 이사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나 두 달째 되어가고 있는데 그간 정리를 못 한 것이 아니라 하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작업실을 이사한 뒤 어째서인지 무슨 일에도 의욕이 생기질 않았다. 어찌 되었든 한 달이 넘게 표면상으로 아무것도 안 한다는 압박감이 나를 움직였다. 그래도 뭐 정리를 마치고 나니 조금은 이 공간에 정이 붙은 것 같기도...?

  4. 이제 조금씩 어떤 무언가를 하나씩 해봐야겠다. 아니, 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