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와 오마주의 오묘한 경계선에 대하여,

최근 솔로이스트 컬렉션을 가지고 라프 시몬스를 따라 했다는 말이 많다는 얘길 친구에게 들었다. 개인적으로 미야시타의 팬으로서 안타까운 심정으로 이렇게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시작에 앞서 미술, 음악, 패션, 사진 등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영역 안에서는 카피 논란은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심심치 않게 매번 비슷한 형태로 뜨거운 감자가 된다. 사후에 레전드로 남은 버질 아블로도 피할 수 없었고, 국내외 수많은 아티스트 또한 그랬다. 카피캣 따라쟁이라는 수식어로 대중들은 쉽게 매도해버리고 만다. 그리고 이내 그 이슈는 차갑게 식어 기억에 잊히고 새로운 사냥감이 나타나면 물고 늘어지기 바쁘다. 이러한 사회현상을 볼 때마다 생각이 드는 건 '대중들은 진짜 개, 돼지인가?'라는 물음이다. 본인들의 그 좁은 우물 안 지식에서 그것이 마치 정답인 양 모르면 찾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 몇몇 사람들을 보면 때때로 부럽단 생각도 든다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 같아서. 각설하고 현재 CavEmpt의 브랜드 디렉터인 sk8thing이 정의한 바로는 '원작의 작품이 40% 이상 수정되면 해당 작품에 대한 권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개념으로 이것은 1993년 전 W)Taps의 디렉터 테츠와 함께 진행했던 FPAR(Forty Percent Against Rights)의 브랜드 네임이기도 했다. 이 개념은 명확하게 나에게 있어 카피와 오마주의 경계를 구분 지어줄 수 있는 하나의 룰처럼 머릿속에 자리 잡혔다. 요즘엔 워낙에 부틀렉 브랜드도 눈에 띄게 많아졌고, 과거 많은 브랜드가 본인들이 레퍼런스 잡은 것들을 숨기기 급급했다면 요즘 브랜드들은 대놓고 본인들이 영감을 받은 문화 혹은 아티스트 등의 레퍼런스를 숨김없이 드러낸다. 앞서 말한 그런 비난을 하는 이들은 카피했다는 브랜드도 100% 자기 창작물이 아닌 분명히 어떤 형태로도 레퍼런스가 존재하는 작업물이라는 것이다. 여러 분야의 창작자들이 매번 하는 말이지만, 이 세상에 더 이상 완벽히 새로운 것은 없다. 지금 현세대가 리믹스의 시대일 수밖에 없는 것은 필연적이다. 이렇게 내가 장문의 글을 써 내려감에도 대부분 80%의 사람은 제대로 읽지 않을 것이고, 읽은 20% 중에도 내 말에 동의할 사람은 몇 안 될 것이란걸 알지만. 편협하고 잘못된 본인만의 어쭙잖은 기준으로 어설픈 의견을 낼 바에는 정말 그 문화(패션이든 음악이든 무엇이 되었든)에 관심이 있고 애정이 있다면 그들을 손가락질하며 비난하기 이전에 왜 그런 작업물이 나왔는지 관심을 가지고 깊이 있게 파고들다 보면 좀 더 넓은 식견으로 깊이 있는 의견을 낼 수 있지 않을까? 밑도 끝도 없는 비난이 아닌 이유가 분명한 비판을 하는 게 성숙한 문화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사람으로서.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