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서울 레코드 페어에 다녀왔다. 올해로 10회를 맞이하는 이 행사는 이제 막 레코드 문화에 입문한 나에게는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기회였었다. 아직 취미라고 말하기는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조금씩 내가 좋아하는 음반들을 LP판으로 하나둘씩 사 모으는 시작단계의 초심자로서는 조금은 허들이 높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우선 수량의 방대함도 그렇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명반은 가격대가 높게 형성되어있을뿐더러, 기본적으로 LP의 특성상 기본적인 가격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맘에 드는 앨범을 찾더라도 요즘은 온라인에서 사는 게 때때로 싼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뭐 내가 기본적으로 관심 있는 장르는 시세라던지 꽤 잘 파악하고 있어 어느 정도가 적정가이고, 싸게 사는 건지 줄줄 읊을 수 있다만, 레코드 문화 자체는 장르의 방대함 뿐만 아니라 음악에 대한 고견이 없는 나로서는 앞서 말한 대로 일정 부분 장벽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뭐 아직은 깊게 파고드는 게 아닌 그저 이 문화에 대한 겉핥기 수준의 초심자 수준이기에 이번 레코드 페어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음반 위주, 그리고 주변에서 추천해준 몇 가지 음반들을 사전에 들어보고 내 취향의 것들만 골라 구매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론 4~50만 원가량의 금액을 쓰고 와버렸다. 다만 아쉬운 건 나름 일찍 갔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2~3시간 정도 밖에서 강추위를 버티고서도 윈디시티 1집을 구매 못 한 건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오프라인 100반 한정이었는데 대기 번호 300번이었으니, 당연한 결과인가.
듣자 하니 전날부터 대기했던 사람들도 꽤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 내 순번까지 오는 건 무리였을 테지. 윈디시티 1집은 온라인 판매분도 있다고 하니 그걸 노려봐야겠다. 이런 행사장에 뭔가 줄을 서고 참여를 한 게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나보다 나이대가 많은 어르신도 보이고 중,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친구들도 보이고 오랜만에 재밌는 경험을 했다. 여유가 되는 선에서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취미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