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턴테이블과 스피커, 믹서 등을 구비해 놓고 근근이 취미로 독학하던 방구석 디제이가 지난달에 친구 덕분에 데뷔(?)했다. 이제 나도 디제이라고 할 수 있는건가...? 물론 남들 앞에서 디제이라고 소개하기엔 부끄럽다만. 고도화된 전문가적 기술을 갖고 있진 않지만 소소하게 내가 좋아하는 판들을 하나둘씩 신중하게 모으고 있는데, 가격이 부담이다 보니 최근에는 옷을 사는 비중을 꽤 줄이고 LP를 구매하는데 투자하고 있다. 목표로 하는 건 뭐 거창하게 프로 디제이가 되겠다는 것보다는 좋은 취미로써 꾸준히 즐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런 김에 금주 목요일에도 디제잉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생겨 꼭 틀고 싶은 음악들이 몇 개 있어 이를 핑계로 미뤄두었던 LP 몇 개를 구매하였다.


사실 난 LP 세대는 아니지만 운이 좋게도 카세트테이프와 MD, CD플레이어 등을 거쳐 MP3까지 겪어본 세대인데 나이가 들고 LP의 매력에 빠진 이유는 스트리밍 시대에 너무 손쉽게 음악을 찾아 듣고 언제든 어떤 노래나 들을 수 있다 보니 그만큼 음악을 듣는 데 있어서 지나칠 정도로 가벼워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데, LP는 트는 과정부터 듣는 과정까지 일련의 행위들이 수고스러운 부분이 있다 보니, 좀 더 뭐랄까 스트리밍으로 듣는 것보단 경건하게 음악에 집중해서 듣게 되는 마음가짐이 들게 된 것이랄까? 물론, 개인적인 감상이다마는 그런 일련의 이유에서 같은 음원을 듣더라도 스트리밍으로 듣는 것 보단 LP로 들을 때 음악에 온전히 집중하게 되는 그 감정이 좋다. 앞으로 좀 더 실력에 자신감이 붙는다면 더 다양한 공간에서 음악을 틀어보고 싶다. 언젠가 LP바 같은 걸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